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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성원을 위한 가상통화 최선의 규제책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2017.12.19 13:12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모든 스포츠에 룰이 존재하듯이 모든 경제활동에도 규칙은 필요하다. 산업 내 게임의 법칙을 정해서 불확실성을 없애고 공공의 이익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다. 공정하고 투명한 룰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게 규제다. 이는 정부 횡포가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는 장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 완화 및 탈규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혁신을 위해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가끔 나오지만, 대부분 논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범주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탈규제에 대한 논의는 규제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규제를 없애자는 데 있다는 걸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규제는 합리적일 수도 있고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합리적인 정책은 그 정책으로 인한 사회의 이익 증대가 그에 따른 비용보다 큰 정책을 의미한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합리적 규제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현상에 대한 구체적·개념적 분석, 정책적 고민이 동반돼야 하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가상통화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기, 투자위험 등 당장 제재·관리가 필요한 문제들도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언제든 대규모 사고가 일어나 공공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정책을 내놓은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분석과 논의를 거쳐 가상통화 시장을 이해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수립한 뒤 ICO를 허가하는 게 정책적, 위험관리적 관점에서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산업규제 정책은 해당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가상통화 관련 논의가 이어지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활성화 방안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규제의 목적은 산업 내 게임의 법칙을 정해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출하는 데 있다. 무조건 특정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가상통화산업 활성화가 4차 산업혁명에서 우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더라도 정책에 기반을 둔 국가 주도 활성화가 규제의 목표가 되면 안 된다. 가상통화 규제 역시 큰 틀의 목표는 시장 참여자에게 공정한 룰을 제공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산업활성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가상통화 TF가 발표한 규제안은 혁신이라는 단어가 성역화 되고 있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규제를 비난하는 여론을 조성하는데 있어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 같아 우려가 된다.

가상통화 TF가 발표한 규제안은 금융기관 진입금지, 이용자 본인 확인 의무, 미성년자, 외국인 계자개설 금지, 고객자산 별도예치, 설명의무, 자금세탁방지 의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시의도 적절했고 시급한 문제들부터 조율한 것이 보이기 때문에 필자는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초 예상했던 수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규제안이고 필자는 규제당국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규제들 중 핵심적인 몇몇이 빠져 있는 듯하다고 느꼈다. 이는 규제당국이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혁신을 막는 것이 우려되어 수위를 조절 한 듯하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 하였듯이 규제의 목적은 산업을 활성화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규제당국은 규제에 있어서는 전문가이다. 그러므로 가상통화 TF는 혁신을 통한 산업활성화에 구애받지 말고 공정한 룰을 제공하고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규제책을 독립적으로 수립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webmaster@24news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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